[매일일보 칼럼] 지방소멸 위기, 부동산 정책 전환점 돼야

 최근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아파트 청약에 3만4279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역대급 경쟁률(482.8 대 1)을 기록하였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8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만큼 이른바 '로또 청약'을 꿈꾸며 전국적인 수요가 몰린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데, 2024년 11월 기준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의하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평당(3.3㎡) 9456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6개 광역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평당 1467만 원으로 조사되었으며, 지역 간 집값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부동산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일본 총무대신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발간한 그의 저서 '지방소멸'에서 일본에서의 심화된 '도쿄 일극화(一極化)'로 인해 인구와 자원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지방이 직면한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의 붕괴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도 마스다 히로야가 지적한 과거 일본의 상황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수도권의 인구는 총인구의 절반 이상인 50.8%에 달하며, 경제 및 사회적 기회가 수도권에만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빈집의 증가, 그리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라는 이중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한국고용정보원은 '통계로 본 지역고용 보고서'를 통하여 올해의 지방소멸위험 지역을 진단했는데, 부산은 인구 329만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23%인데 비해 20~39세 여성인구는 11.3%에 그쳐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어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자조 섞인 비유가 붙기도 하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의 인구와 자원이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지만, 동시에 지방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경제와 사회적 기반이 약화되어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라는 지표는 이러한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그동안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만 집중된 주택 공급을 핵심으로 한 정책을 통하여 단기적인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역균형 발전을 소홀히 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문제는 단순히 도시 내부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전반의 균형 발전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마스다 히로야는 인구가 유출되는 핵심적인 원인으로 '일자리'를 지적했다. 그리고 젊은 층이 매력을 느낄 만한 일자리 창출해야만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방에 특화된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경제 모델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농업, 관광업, 신재생에너지 등 지역의 강점을 살린 산업 육성과 함께, 창업 지원과 투자 유치로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