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칼럼] 토지거래허가제와 규제의 역설

 

 서울시는 2025년 2월 12일 강남구 대치동, 청담동, 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이른바 '대청잠삼'으로 불리는 핵심 지역 내 아파트 291곳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당시 서울시는 재산권 보호와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이라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3월 19일, 정부와 서울시는 다시금 방향을 선회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를 매매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고, 실거주 목적 외의 매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갭투자와 같은 간접적 수익을 노리는 행위는 봉쇄되고,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만 가능하게 되는 구조이다. 해당 정책의 목적은 명확하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와 투기 수요 억제다.


 경제학에는 '규제의 역설'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규제를 통해 특정 행위를 억제하려 할수록, 시장은 그것을 회피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오히려 기대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규제의 역설은 한국의 부동산 정책 역사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되어 왔다. 규제 해제는 투자 수요를 자극하고, 단기 급등세를 유발한다. 반대로 규제의 강화를 예고하면, 수요자들은 소위 ‘막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매수에 나서며 거래량이 반짝 증가하고 가격도 상승세를 타게 된다. 정책의 방향보다 정책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실거주 유도를 목적으로 한 정책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매물 잠김'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 소유자들이 매도를 꺼리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상승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동시에,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퍼지며 투기적 수요가 강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의 반복되는 패턴을 학습하게 되며, 규제 완화는 곧 상승장이라는 믿음, 규제 강화는 거래 일시 정체 후 반등이라는 기대심리를 형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규제는 일시적 진정 효과를 줄 수는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수요를 억제하기보다는 누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2025년 상반기 서울의 사례는 이러한 역설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단기적인 규제의 해제와 강화는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시장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집값의 변동성과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분명히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라는 순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지정과 해제가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는 오히려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정책의 강도보다는 일관성과 지속성에 반응하며, 단기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성과 예측 가능성을 더 중요시한다. 특히 부동산과 같은 고가의 자산 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된 정책의 변화는 정책 그 자체보다는 그것이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주었는지, 시장 참여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따라서 규제가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게 만드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이제는 '무엇을 규제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줄 것인가'를 더 고민할 때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규제의 효과는 단순한 선형 함수가 아니다. 심리, 기대, 정책 피로도 등 수많은 변수들이 결합하여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해제가 촉진한 기대 심리, 다시 도입된 규제가 불러온 불안 심리, 그리고 그로 인한 가격 반등 가능성까지, 이는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앞으로의 정책은 이 같은 시장 반응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반복되는 규제와 해제의 사이클을 벗어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제도의 본래 목적과 시장의 작동 원리를 모두 이해하고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를 통한 가격 안정은 가능하지만,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규제 그 자체보다는 규제의 맥락과 시기, 방식에 대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수요자 보호가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