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칼럼] 거울을 흔드는 통계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아파트가격동향' 등 주간 주택가격 통계를 폐지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통계 자체의 필요성보다는, '주간'이라는 시간적 단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시 말해, 문제의 본질은 통계를 없앨 것인가 보다는, 통계를 어떤 시점과 리듬으로 다루어야 하는가에 있다.

 

 그렇다면 왜 '주간' 통계가 문제로 지적되는가. 부동산 시장은 즉시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계약 체결에서 실거래의 신고까지는 대체로 수주가 소요되며, 가격의 조정은 금융의 여건이나 정책의 변화,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적 요인 등 장기적인 변수를 통해 나타난다. 그러나 '주간' 통계는 이러한 느린 부동산 시장을 빠르게 포착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왜곡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왜곡은 단순한 통계 오차가 아니라 구조적인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거래가 드문 지역에서는 일주일간의 표본이 거의 확보되지 않으며, 거래가 없는 경우에는 호가(매도자 희망가격)가 대체 자료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기대가격'이 마치 시장가격인 것처럼 반영되고, 통계도 거래의 현실이 아닌 심리의 반영물이 되어버린다. 한두 건의 특이 거래가 전체 지역의 변동률을 좌우하고, 통계가 발표되는 순간 언론은 이를 상승이나 하락의 '전환점'으로 해석한다.

 

 이처럼 단기적 수치의 변화가 심리적 신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통계는 시장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 되어버린다. 시장참여자들은 통계를 현실의 요약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미래의 예고로 오인하며, 통계가 발표된 이후의 행동이 오히려 그 수치를 현실화시켜 버리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거래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올랐다고 믿고, 실거래는 줄었는데 심리는 상승세로 기운다. 통계가 시장의 거울이 아니라, 거울을 흔드는 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통계의 속도가 시장의 속도를 앞지르면, 숫자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그 현실을 왜곡하는 렌즈가 된다. 통계가 시장의 단면을 설명하는 대신, 그 단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면서 시장을 다시 재구성한다. 이런 의미에서 주간 통계의 문제는 단순히 "빈도가 너무 잦다"라는 기술적인 논의가 아니라, 통계가 사회적 신뢰의 구조 위에서 작동하는 공공재임을 망각한 제도적 피로의 징후로 볼 수 있다. 통계는 존재하지만, 그 통계를 신뢰하는 사회적 기반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 통계의 의미는 단순히 '가격을 기록하는 행위'에 있지 않다. 그것은 사회가 '가격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조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공적인 언어의 형성 과정이다. 거래는 단편적이다. 통계는 그 단편을 모아 하나의 서사를 만든다. 가격의 흐름이라는 집합적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서사는 정책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시장의 방향을 정하기도 하며, 때로는 여론의 토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통계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데 있지 않다. 통계는 시장의 단편적인 사실을 공통의 언어로 엮어내어, 시장참여자들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점을 마련한다. 정보가 신뢰로 전환될 때 비로소 통계는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신뢰는 서둘러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통계를 숙성시키고, 반복된 검증이 그 의미를 단단하게 만든다. 속도가 이 과정을 앞질러 갈 때, 통계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반응의 자극이 된다.

 

 빠른 정보는 즉각적 반응을 낳지만, 깊은 통계는 신뢰를 만든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속보성이 있는 수치'가 아니라, '신뢰가 가능한 사실'이다. 따라서 통계의 속도를 시장의 현실 속도로 되돌릴 필요성이 있다. 속도를 늦추는 것은 후퇴가 아니라, 정확함을 위한 조정이며, 통계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통계가 시장을 조명하는 빛이 되려면, 그 빛은 번쩍이는 속보가 아니라, 오래 비추는 등불이어야 한다. 숫자는 매주 바뀔 수 있지만, 신뢰는 시간이 쌓여야만 만들어진다. 통계는 현실을 서두르지 않아야 진실을 담을 수 있다. 그래서 통계의 의미는 언제나 '속도'가 아니라 '신뢰'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