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치사·폭행 모두 ‘끼워 맞추기 식’ 수사

속보 = 판결문을 읽어보면 결국 포항교도소와 검찰의 끼워 맞추기 식 수사였다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죄를 지어 교도소에 들어갔지만 모범 생활을 하며 수형 등급을 올려 모범수로 분류되는 S2등급 재소자를 거쳐 S1급 모범수로 가석방까지 계획을 세우고 꿈꿔왔던 20대 남성은 같은방 재소자의 죽음 이후 수사기관의 억지로 1년여 동안 살인자 또는 폭행범으로 살아야만 했다. 지난 25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씨(29)<본지 8월 12일 4면 보도 등>의 이야기다.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증거 부족’이다. 사건을 판결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형사3단독 박진숙 부장판사는 판시 이유에 대해 “증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거나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증거들이 아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검찰이 억지로 혐의를 씌운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4일 오후 1시 24분께 운동장에서 족구를 하던 B씨가 쓰러진 이후 사흘 뒤 사망할 때까지 계속해서 도왔다. 소변을 가리지 못해 바지에 그대로 본 B씨의 옷을 수차례 갈아입혔고, 몸을 가누지 못한 B씨를 직접 화장실로 옮겨 대신 씻겨주기도 했다. B씨의 몸이 이상할 때마다 비상벨을 눌러 교도관들을 불렀던 것도 A씨였다.

그런 A씨가 범인으로 지목된 건 사망한 B씨의 몸에서 폭행의 흔적이 발견되면서부터다. 검찰 등은 B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6월 6일 오전 8시부터 오전 11시 사이에 A씨가 폭행을 가했다고 했다. B씨가 옷을 입은 채로 소변을 누자 A씨가 몸을 씻기고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허벅지와 엉덩이를 때렸다는 주장이다. B씨의 ‘오른쪽 어깨’와 ‘오른쪽 갈비뼈 하단’, ‘왼쪽 허벅지 안쪽’에 있던 타박상 흔적을 근거로 들었다.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 사건을 조사했다는 점은 여기서 나타난다. B씨는 6월 4일 운동장에서 쓰러진 이후 몸 상태가 이전처럼 회복되지 않아 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자주 쓰러졌다. 6월 5일 오전 6시 45분께 싱크대 앞에서 쓰러져 가슴 부위에 충격을 받았고, 구토를 하기도 했다. 같은날 오전 11시에는 걸어가다가 쓰러져 얼굴을 바닥에 찧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진숙 부장판사는 “오른쪽 갈비뼈 하단 부위의 타박상(우측 복부 타박상)은 그때(싱크대 충격)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다른 타박상들도 B씨가 쓰러지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B씨의 오른쪽 어깨, 오른쪽 갈비뼈 하단부위의 타박상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는 무관한 부위”라고 지적했다. 몸 주변의 상처가 여러 이유로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A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 사건은 시간의 흐름만 봐도 허점이 크게 존재한다. 같은방 재소자이자 증인으로 나선 C씨는 법정에서 “6월 6일 이전에 B씨를 씻기면서 어깨 타박상은 본 적 없고, 오른쪽 복부 타박상과 왼쪽 허벅지 타박상을 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 등이 사건 발생 시간으로 설정한 6월 6일 오전 8시∼오전 11시와는 맞지 않는다. 더욱이 B씨의 왼쪽 허벅지 타박상은 이미 다른 사람이 폭행을 자백해 A씨의 행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한, A씨가 B씨를 때리는 것을 봤다고 진술해 검찰이 증인으로 소환한 D씨는 정신지체장애 3급으로, 본인이 한 행동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등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졌다.

 

박진숙 부장판사는 “A씨가 다소 거칠게 옷을 입혔을지는 모르지만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사 경미한 신체접촉을 했더라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신체접촉이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정도였다고 보여진다”며 “만약 B씨가 사망하지 아니했더라면 B씨가 이를 문제 삼았을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A씨를 변호한 큰가람법률사무소 김종엽 변호사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재판과정에서 다행히도 진실이 드러나서 피고인이 억울한 누명을 씌지 않았다”며 “앞으로 교도소 내에서 억울한 누명으로 처벌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값진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6월 6일 포항교도소에서 사망한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후 지난 25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형사3단독 박진숙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