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포항검찰·교도소, 행정소송 각하 노려 형사소송 항소했나

[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경북 포항교도소에서 재소자 살인·폭행 누명을 썼던 20대 재소자가 1년 6개월여만에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파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검찰과 교도소 측이 행정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항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법원과 포항교도소 등에 따르면 포항교도소 재소자였던 A(29)씨는 지난 2020년 6월 6일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 1명이 갑자기 사망하자 살인범으로 지목됐다. A씨가 폭행을 가해 숨지게 했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숨진 재소자의 사인이 '지병'이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따라 살인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교도관들은 폭력행위가 분명히 있었다며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기소했

다.

검찰은 폭행의 핵심 증거로 같은 방 재소자들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증인석에 선 이들은 판사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거나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정신지체장애를 앓는 재소자까지 증인으로 불렀다.

 

1심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신빙성이 없다”며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려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같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A씨는 모범수로 분류됐던 수용자 처우등급을 강등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대했던 가석방심사 기회도 사라졌다.

 

A씨는 포항교도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행정사건 재판부는 “전후사정을 봤을 때 형사사건 1심 판결을 보고 행정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A씨는 행정재판 속행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교도소 측에서 “형사사건 항소를 했으니 항소심 선고까지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교도소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A씨는 31일 오전 5시 만기 출소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교도소의 불합리한 처분에 대해 법의 구제를 받으려 한 A씨가 정작 검찰에 의해 권리를 방해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A씨 행정사건의 경우, 모범수로서의 지위를 재획득한다고 해도 이미 원고가 출소해버렸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돼 각하될 확률이 높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더욱이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판사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에 있다며 "기존 증거(증인들의 증언)들은 신빙성이 있다"는 1심 주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등이 2심 승소보다는 행정소송 소 각하라는 실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항소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큰가람법률사무소 김종엽 변호사는 “이 사건이 항소로 이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형사사건 공소 제기까지 이르게 한 가장 유력한 증거가 신빙성이 완전히 없어졌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항소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교도소 측은 “조사는 교도소에서 했지만 기소와 항소는 검사의 판단이었다”며 “사건 직후 조사에서는 폭행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었다. 누군가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조사를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전문공보담당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