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칼럼]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비친 불안

 

 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집은 사회적 신분증처럼 기능하며 계층을 상징하기도 하고, 미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 바로 '똘똘한 한 채'다. 다주택 보유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서울 핵심 지역의 아파트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려는 흐름이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책, 시장 심리, 사회 구조가 얽힌 복합적인 산물이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 다주택을 줄이는 대신 '서울 한 채'에 모든 수요가 몰리게 만들었다. 은퇴를 앞둔 세대는 자산을 보존하기 위해, 젊은 세대는 계층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너도나도 서울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서울의 집은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아이 교육, 직장 접근성, 사회적 체면을 동시에 담보하는 일종의 사회적 보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 집 한 채라도 있으면 된다"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자리 잡았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전략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몰린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은 더욱 상승 압력을 받게 되었다. 매물이 귀해지고, 기대 심리가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는 위기 때마다 반등하는 안전자산으로 굳어졌다. 시장 참여자들이 앞 다투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자 가격은 서로 상승을 부추기며 오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만큼, 무주택자는 점점 더 내 집 마련에서 멀어진다. 특히 청년 세대와 신혼부부는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서울 아파트 가격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진다.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의 격차는 더 커지게 되고, 이 간극은 단순한 주거 차이를 넘어, 교육 기회, 결혼과 출산, 노후 대비 등 삶의 전 과정으로 이어진다.

 

 지방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지방 도시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건설사는 자금난에 삐지고 있다. 한쪽(서울)에서는 집값이 치솟는데, 다른 한쪽(지방)에서는 입주자를 찾지 못해 분양조차 안 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 청년들이 일자리와 교육, 의료 인프라를 찾아 서울로 몰리면서 인구 불균형이 심화되고, 소멸 위기를 맞는 도시가 늘어난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쇠퇴라는 구조적 문제가 부동산 시장을 매개로 드러나는 셈이다.

 

 '똘똘한 한 채'는 단순한 투자의 행태가 아니다. 이는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과 불평등, 그리고 수도권 집중의 구조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투자자에게는 기회일 수 있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불안정한 삶과 닫힌 계층 이동의 통로로 다가온다. 서울 집 한 채가 사회적 지위와 안정의 보증서로 여겨지는 현실은 결국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집은 본래 투자 수단이기 이전에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부동산 시장의 건강성은 가격이나 수익률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보장되는지에 달려 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은 지금 우리 사회의 불균형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이제는 집착이 아니라 균형적인 시각으로 부동산을 바라봐야 할 때다. 투자자와 일반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서울 한 채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