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소액 분쟁 ‘편면적 구속력’ 입법 본격화…실효성·재판청구권 논란

 

 최근 정치권에서 소액 분쟁에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금융권의 경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업계 부담은 물론, 재판청구권 침해 논란과 적용 범위 축소에 따른 실효성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소액 금융 분쟁 사건에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지난 12일 소관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에 회부돼 심사 중에 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금융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회사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화해가 성립되도록 하는 제도다. 즉 소비자가 복잡한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가 강화된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금융회사가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거나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끄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는 소액 분쟁에서 불필요한 소송 부담을 덜고, 보다 신속하고 두텁게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6월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공론화한 바 있다. 2020년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입법 검토가 진행됐으나, 금융권과 일부 법조계의 반발로 법 개정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소비자 보호에만 치중해 금융산업 활성화 노력은 등한시한 법안이라는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편면적 구속력과 관련해 은행권은 이미 금융당국의 규제와 내부 심사 절차를 통해 불공정 약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모든 책임을 은행에만 전가하는 것으로는 문제 본질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편면적 구속력은 제도적 해석의 불명확성에서도 비롯되는 만큼, 은행권에 대한 일방적 규제 강화보다는 제도 개선과 감독 기준의 명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고객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적용 범위를 소액 분쟁 사건으로 축소했지만, 금융권 부담은 여전하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42조에 따르면 소액 분쟁 사건의 기준은 2000만원이다. 금감원 분쟁 조정 사건 중 2000만원 이하의 소액 분쟁 사건은 80% 이상으로 전체 사건에서 다수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범위를 축소해도 분쟁의 대다수가 여전히 포함된다”며 “결국 제도의 실효성에는 큰 변화가 없으면서 은행권에는 추가적인 규제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청구권 침해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문상윤 법무법인 상지 변호사는 “해당 개정안은 금융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면 금융사 의사와 관계없이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다”며 “불복 절차 없는 일방적인 확정적 효력은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용 범위를 2000만원 이하 소액 분쟁으로 한정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