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가짜뉴스 규제와 표현의 자유

 

 지난 7월 7일,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를 겨냥한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됐다. 개정법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 속칭 '가짜뉴스'의 유통 규제다. 허위이거나 조작된 정보임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를 허위조작정보로 보고, 그 유통을 금지한다. 

 

 또한 고의·과실로 이러한 정보를 유통해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형 게재자에게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가중배상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반복 유통하면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신고·조치 절차에 관한 자율 운영정책과 투명성 확보 책무도 부과된다.

 

 입법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딥페이크 영상과 조작 이미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한 영상이 순식간에 퍼지고, 사실처럼 꾸며진 허위 게시물이 기업의 신용과 개인의 평판을 무너뜨린다. 재난·감염병·금융시장·선거 영역에서는 가짜뉴스가 사회 전체의 판단을 흔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규제의 필요성이 곧 헌법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제한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허위조작정보 규제도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침해최소성, 법익균형성을 피할 수 없다.

 

 악의적 조작정보를 막고 피해를 구제하는 일은 정당한 공익이다. 반복적·영리적 유통에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도 예방 효과가 있다. 그런 점에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은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이다. 허위정보와 의견, 조작정보와 풍자, 악의적 왜곡과 공익적 의혹 제기는 명확히 나누기 어렵다. 정치, 기업, 지역 현안처럼 사실관계가 유동적인 영역에서는 어느 표현을 허위라고 단정할 것인지도 까다롭다.

 

 헌법재판소가 과거 전기통신기본법상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 통신'을 처벌하던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한 이유도 비슷하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벌조항이면서도 금지되는 표현을 예측하기 어렵고, 집행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고 봤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일수록 금지되는 표현의 개념은 더 명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인터넷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도 같은 취지다. 헌재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목적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이용자의 표현을 사전에 위축시키고 게시판 운영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제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국가가 직접 삭제하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을 우려한 플랫폼이 먼저 삭제하고 차단하는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산업적 고충도 여기서 시작된다. 포털, 동영상 플랫폼, SNS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신고가 접수되면 제한된 시간 안에 게시물의 진위, 피해 가능성, 공익성, 풍자성, 반복성, 계정 제재 필요성까지 판단해야 한다. 기준은 모호한 데 책임은 무겁다면 기업은 표현을 최대한 보장하기보다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 방어적 판단을 하게 된다. 이는 악의가 아니라 위험관리에 따른 부득이한 선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위험관리가 공론장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플랫폼은 알고리즘과 자동화 필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알고리즘은 맥락을 완벽히 읽지 못한다. 비판과 명예훼손, 풍자와 허위, 공익 제보와 사적 공격을 언제나 정확히 가려내지는 못한다. 그 결과 합법적이고 공익적인 콘텐츠까지 사라질 수 있다. 중소 플랫폼과 신생 IT기업일수록 혁신보다 회피를 택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삭제가 아니라 더 정확한 판단이다. 법 적용의 중심은 '틀린 말'이 아니라 '악의적 조작'이어야 한다. 고의성, 반복성, 영리성, 구체적 권리침해, 공익성 부재가 엄격히 확인되는 경우에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반대로 언론 보도, 소비자 비판, 공익적 의혹 제기, 정치적 논쟁, 풍자와 패러디의 영역에서는 신중해야 한다. 플랫폼에도 명확한 기준, 구체적 사유 통지, 신속한 이의신청, 독립적 재심 절차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가짜뉴스를 방치할 수 없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진짜 질문까지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정보사회의 신뢰는 삭제 버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뢰는 명확한 기준, 투명한 절차, 절제된 집행 위에서 만들어진다. 문제는 표현 그 자체가 아니라 악의적 조작과 구체적 피해다. 가짜를 막되 자유를 닫지 않는 법, 그것이 디지털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균형이다. 

 

출처 : 서울파이낸스(https://www.seoul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