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17억 근저당이 보여준 대출규제의 역설

 

 최근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28년간 보유했던 분당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각했다.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매수인을 채무자로,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7억7,7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매수인이 보유 주택의 매각대금을 받는 10월 말까지 잔금 지급을 유예했고, 그 기간의 이자는 받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출규제를 우회한 편법이라는 비판과 정상적인 민사거래라는 반론이 맞선다.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은 실제 피담보채무액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무상 장래 비용과 지연손해금 등을 고려하여 실제 채무액보다 높게 설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미지급 잔금은 17억 원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매도인은 잔금을 받기 전에 소유권을 넘겨 동시이행의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고, 채무 불이행 시에는 근저당권 실행으로 경매절차를 거쳐야 대금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이번 거래가 매도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도 매매당사자가 잔금 지급 시기를 합의하고 미지급 대금을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 무이자 유예를 두고 증여 논란도 제기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사이의 무상대출에 대해서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만 증여로 보는데, 매매대금 잔금의 단기 유예의 경우에는 이러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거래는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주택 취득에 필요한 자금조달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매수인이 자기자금과 금융기관 대출로 잔금을 마련하고, 매도인은 대금을 모두 받은 뒤 소유권을 넘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도인이 소유권을 먼저 이전하고 잔금 지급을 기다려 줬다. 법률상 금융기관 대출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일정 기간 거래신용을 제공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증가와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시행된다. 적은 자기자본으로 고가주택을 매입하는 일이 반복되면 주택 가격과 가계대출이 서로를 밀어 올릴 수 있다. 집값이 상승하면 더 많은 대출이 시장에 유입되고, 늘어난 대출은 다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다.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려면 일정한 대출규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출규제를 한다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와 자금조달의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인데, 가족의 지원, 보유자산의 처분, 법인자금, 사적 금융, 그리고 이번 거래와 같은 매도인 금융이 대체 경로가 된다.

 

 그런데 이 경로를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금과 대체 신용을 가진 사람은 규제와 무관하게 주택을 살 수 있다. 반면 급여소득에 기대어 은행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는 규제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상환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체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대출규제의 성과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가계신용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신용이 늘지는 않았는지,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이 과도하게 막히지는 않았는지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이번 거래가 남긴 질문도 그것이다. 규제로 차단된 신용은 사라진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인가. 그 답을 확인해야 대출 총량을 줄이는 규제를 넘어, 금융위험과 주거기회를 함께 관리하는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