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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다시 보았다. 오래된 작품이지만 치밀한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 권력의 본질을 파고드는 문제의식은 지금 보아도 수작이라 할 만하다. 처음 시청했을 때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인물들의 대립에 몰입했지만, 이번에는 글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극 중 한글 창제를 저지하려는 비밀결사 ‘밀본’의 태도는 지식과 정보의 독점이라는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백성이 스스로 글을 읽고 세상을 판단하게 되면 지식을 매개로 유지해 온 사대부의 권위도 흔들리게 된다. 그들에게 새로운 문자의 등장은 자신들만이 세상을 해석하고 설명하던 질서의 균열이었을 것이다. 물론 극적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지만, 정보의 독점이 권력의 기반이 된다는 통찰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오늘날의 정보 장벽은 정보를 감추는 방식뿐 아니라, 공개된 정보를 일부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 대목에서 문득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의 오래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개발이익은 그곳에 오래 산 사람에게 돌아가는가, 그곳의 미래를 먼저 읽은 사람에게 돌아가는가.’ 지역의 역사를 아는 것과 용적률, 권리가액, 추정분담금을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외부 투자자는 대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성과 위험을 따지지만, 지역에서 오래 산 소유자는 단편적인 설명만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낡은 집은 생활의 터전이고, 누군가에게는 새 아파트로 바뀔 미래의 자산이다.
공사비 급등은 이 간극을 더 키운다. 예컨대 국토교통부가 올해 9월 고시한 분양가상한제 기본형건축비는 직전 고시보다 4.07% 올랐는데, 같은 숫자라도 그것을 어떻게 읽어 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르다. 어떤 소유자는 막연한 불안에 매도를 서두르고, 다른 사람은 늘어난 비용과 예상 가치를 비교한다.
여기에 자금력의 차이가 더해진다. 미래 가치를 알아도 이주비와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업을 끝까지 함께하기 어렵다. 반면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은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를 견딜 수 있다. 개발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은 미래를 읽는 능력과 그 미래를 기다릴 능력이 결합할 때 커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정보의 차이는 계층의 차이로 굳어질 수 있다.
물론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개발이익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가 부담한 위험과 분석의 노력도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같은 불확실성이 주민에게는 막연한 불안으로, 일부에게는 계산 가능한 기회로 다가온다면, 그 결과를 개인의 안목 차이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비사업의 정보 공개는 단순한 서류 게시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분담금은 어떤 전제에서 추정되었는지, 공사비와 일반분양 수입이 달라지면 부담이 얼마나 변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확정된 사실과 전망을 구분하고, 주요 결정 전에 비교하고 질문할 시간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정보를 해석하기 어려운 주민에게는 독립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고령의 소유자에게 방대한 자료를 전달한 것만으로 충분히 알렸다고 할 수는 없다. 원주민의 재정착을 위해서는 실제 부담 능력을 고려한 지원도 논의해야 한다. 개발의 미래를 이해하는 것과 그 미래에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뿌리깊은 나무」를 다시 보며 생각한 한글의 의미는 스스로 읽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이었다. 부동산시장에도 그러한 힘이 필요하다. 개발이익의 귀속에 하나의 답을 정할 수는 없지만, 오래 살아온 주민이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기회도 없이 밀려나서는 안 된다. 좋은 개발은 그 미래를 주민도 읽고, 선택하고, 함께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