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칼럼] 거래 절벽 속 깊어지는 양극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보여주는 풍경은 기묘하다. KB부동산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에 의하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72% 상승했다. 이는 2020년 9월(2.0%) 이후 5년 2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며, 18개월 연속으로 상승폭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는 정부가 '집값 과열 진화'를 외치며 초강력 규제를 던진 지 불과 한 달 만에 받아든 성적표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작지 않다.

 

 10·15 부동산 대책의 골자는 명료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문턱을 대폭 높였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올라탄 투기 수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정책적 설계로만 본다면 빈틈없는 수요 억제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수요는 눌렀는데 가격은 더 오르는 전형적인 규제의 역설적 상황이다. 실제로 한강 벨트(마포·성동·송파 등) 권역은 한 달 새 3%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울 평균 상승을 견인했다.


 규제가 집값을 잡지 못하는 사이, 시장을 지배한 것은 극심한 거래 가뭄이다. 매도자는 규제 완화나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걷어들이는 '매물 잠김'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매수 대기자는 강화된 대출 규제와 허가제 장벽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한다. 이른바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시장'이다. 이런 와중에 소수의 현금 보유자들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그 가격이 곧바로 시세로 굳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신고가 거래가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통계에 찍히는 구조다. 여기에 덧붙여 현장에서는 계약 취소와 신고가 띄우기 등 시장 교란 의혹까지 더해지며 불신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10·15 부동산 대책이 밀어낸 것은 투기 수요가 아니라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실수요자가 됐다. 특히 대출을 껴서라도 내 집 마련을 꿈꾸던 30·40대와 중저가 매수 대기층은 사다리를 걷어차였다. 규제의 칼날은 공평하게 휘둘러졌으나, 그 상처는 계층과 지역에 따라 너무나도 다르게 남은 것이다. 이제 '더 센 규제'로 시장을 찍어 누를 수 있다는 기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향식 억제책이 만든 것은 일시적인 거래 실종과 양극화의 심화뿐이다.

 

 앞으로의 정책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교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무엇보다 투기 수요 억제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지원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 투기적 다주택 매입과, 전세 만기를 앞두고 아이 학교를 고려하며 집을 구하는 30·40대의 선택을 같은 프레임에 넣어서는 안 된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기보다, 공급·세제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동해 시장에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언제 규제가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투기 수요보다 먼저 실수요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가 말해주는 진실은 단순하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일부 지표를 근거로 '과열이 진정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서울은 더 철저히 계층화된 도시가 되고 있다. 규제의 방향은 집값만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를 함께 바꾼다. 이 역설적인 결과를 어떻게 교정할 것인지, 이제 부동산 정책 논의는 이 질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숫자만 보는 정책이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