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칼럼] 주택가격 정당성, 확보될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는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집값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너무 오른 것인가, 아니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가격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무주택자에게 높은 집값은 미래를 가로막는 장벽이지만, 보유자에게는 오랜 기간의 위험 부담과 기다림 끝에 얻은 자산가치일 수 있다.

 

 같은 가격을 두고도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폭등이고, 누군가에게는 정당한 보상이다. 결국 주택가격 논쟁은 단순한 경제적 논쟁이 아니라, 그 가격을 사회가 어디까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주택가격은 표면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격의 정당성을 묻는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격은 과연 납득 가능한가. 너무 오른 것인가, 아니면 희소한 입지와 미래가치를 반영한 결과인가.

 

 그러나 주택가격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입지의 희소성, 교통망, 학군, 직주근접성, 생활 인프라, 금리, 세제, 대출규제, 개발계획, 사람들의 불안과 기대가 모두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라도 어느 도시에 있는지, 어떤 학교와 지하철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주택가격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우리는 여러 가격 기준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하나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공시가격'은 조세와 행정의 기준이 되지만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 그 자체는 아니다. '감정평가액'은 전문가의 합리적 추정치이지만 당사자가 체감하는 가치와는 종종 거리가 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이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십 년 동안 같은 동네에서 살아온 조합원이 자신의 종전자산평가액을 받아들고는, 주변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와 비교하며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집은 누군가에게는 낡은 주택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생계와 기억, 이웃관계가 함께 쌓인 생활의 기반이다. 그런데 평가서에서의 숫자는 그런 사정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

 

 '실거래가'도 가장 강한 시장의 증거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특정 시점의 특정 당사자 사이에서 형성된 가격일 뿐이다. 급매는 시장의 불안을 과장하고, 신고가는 시장의 욕망을 과장하기 때문이다. 자금 사정이 급한 매도자가 낮춘 가격과, 꼭 그 집을 사야 했던 매수자가 올려 잡은 가격을 동일한 기준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주택가격에서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 가격이 정당해야 거래가 정당해지고, 거래가 정당해야 보유와 과세, 규제도 정당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할 때는 현재 가격이 과도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반대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할 때는 시장가격이 과도하게 억눌려 있다는 인식이 전제된다. 하지만 정작 '정당한 가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단지 집값이 비싸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개발이익, 불투명한 자금 집행과 기약 없는 사업 지연으로 서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지역주택조합의 폐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교통과 교육의 인프라, 잦은 세제와 대출규제의 변화, 정책 발표에 따라 출렁이는 기대이익이 가격에 반영될 때 시장은 쉽게 정당성을 잃는다. 같은 10억원의 집이라도 투명한 경쟁과 예측 가능한 제도 속에서 형성된 가격과, 정보 비대칭과 규제 차익 속에서 형성된 가격은 사회적으로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거나 올리는 데 그쳐서는 아니된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 형성되는 질서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공시가격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감정평가는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설명되어야 한다. 분양가는 원가와 품질에 대한 설명책임을 가져야 하며, 개발계획은 특정 집단의 기대이익으로만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대출과 세제 역시 시장 참여자들이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시장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하나의 정당한 주택가격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가격은 늘 현재의 수요와 미래의 기대 사이에서 흔들리고, 정책과 심리 사이에서 움직인다. 다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납득 가능한 가격 질서다. 집값의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숫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사회가 그것을 정당하다고 믿을 수 있는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