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소집요구에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는 정관은 유효한가?

총회소집요구에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는 정관은 유효한가?

 

1. 쟁점의 정리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총회 소집 요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조합 집행부를 변경하거나 조합원의 최종적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절차이다. 특히 조합 임원 해임, 사업 방향 변경 등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조합원 일정 수의 요구에 의한 총회 소집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종종 실무를 경험하다 보면, 도시정비법 및 도시정비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보다 가중하여 정관에 “총회 소집 요구 시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이를 이유로 총회소집요구를 무효 처리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위조 방지와 의사 확인이라는 명분이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집행부가 총회 소집 자체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정관 규정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보장하는 조합원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이다. 즉, 정관 자치의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절차적 보완인지, 아니면 법률에 반하는 위법한 제한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2. 총회소집요구권의 법적 성격

 

도시정비법상 ‘총회 소집 요구권(조합원 5분의 1 이상 등의 요구)’은 조합의 대표자인 조합장에게 총회를 소집하도록 요구하여 ‘소집 의무’를 발생?시키는 조합원(대의원)의 ?단체법상 내부적 청구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부연하면, 위와 같은 경우 소집 요구권자에게 총회 소집권이 바로 발생하는 권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형성권적 권리 X)

 

실무상 분쟁에서도, 조합원(또는 대표 발의자)이 곧바로 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지 여부가 많이 다투어지는데, 법원은 통상 법률 및 정관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적법한 소집권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2009. 6. 4. 선고 2008가합9XXX 판결,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1. 1. 29.자 2021카합20XXX 결정 등 참조)

 

 

3. 정관에서 총회소집요구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경우 어떻게 처리되는가?

 

조합은 사법상의 단체로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정관 자치를 인정받는다. 따라서 총회 소집 요구의 방식, 서면 제출 여부, 요건 구체화 등은 원칙적으로 정관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관 자치는 무제한이 아니다.  특히 다음 두 가지 기준이 적용된다.

 

첫째, 법률에 반할 수 없다.

둘째, 조합원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문제는 인감증명서 요구가 이 두 기준 중 어느 선을 넘는지 여부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인감증명서는 본인 확인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법률에 직접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인감증명서는 발급 절차가 번거롭고 비용이 발생하며 다수 조합원이 참여해야 하는 총회소집요구의 특성상 상당한 부담이 된다.

 

특히 수백 명의 조합원이 인감증명서를 일일이 제출해야 하는 경우 이는 사실상 총회 소집 요구권 행사를 사실상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경우 정관 규정은 형식적으로는 절차 규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조합원들의 본질적 권리(총회 소집 요구권)를 제한하는 규정이 될 수도 있다.

 

도시정비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을 규정을 보면, 도시정비법은 조합원(또는 대의원)이 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경우, ‘?조합원 본인 여부’를 대통령령 기준에 따라 정관이 정한 방법으로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1조의 2(총회의 소집)은 다음과 같은 2가지로 조합원 본인 여부를 확인토록 규정하고 있다.

 

 

1. 총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조합원 또는 대의원은 요구서에 성명을 적고 서명 또는 지장 날인을 하며, 주민등록증, 여권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할 것

 

2. 제1호에도 불구하고 총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조합원 또는 대의원이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조합원 또는 대의원의 인감도장을 찍은 요구서에 해당 인감증명서를 첨부할 것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도시정비법 및 시행령의 ‘본인확인 관련 규정’에 대하여, ?조합으로 하여금 본인확인을 하게 하되 신분증 사본 첨부를 ‘대표적인 방법으로 예시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예시일 뿐 반드시 조합이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서울고등법원 2025. 7. 11. 선고 2024나2031XXX 판결 참조)한바 있어서, 위와 같은 예시 방법이 아니라 ‘인감증명서 첨부’를 요구했다고 하여 그것이 바로 강행 규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도시정비법 제44조 제2항은 “정관의 기재 사항 중 제40조제1항 제6호에 따른 조합 임원의 권리ㆍ의무ㆍ보수ㆍ선임방법ㆍ변경 및 해임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기 위한 총회의 경우는 10분의 1 이상 요구로 조합장이 소집하며”라고 규정되어 있고, 같은 법 제43조 제4항은 “조합 임원은 제4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해임할 수 있다.

 

이 경우 요구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해임 총회의 소집 및 진행을 할 때에는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에 따라 개최되는 총회에는 조합장에게 소집 요구하거나 법원의 소집허가를 얻을 필요 없이 바로 조합 임원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가 가능하다.

 

이러한 규정을 종합적으로 볼 때, 도시정비법이 명시적으로 조합 임원 해임 절차에 관하여는 총회의 소집 절차를 완화하고 있고, 조합의 정관에서 정한 소집 방법과 달리 규정하고 있는바, 조합 정관이 위 법률 규정에 위반하는 경우 그러한 엄격한 가중 요건(인감증명서 첨부)을 규정한 것은 조합원의 총회 소집 요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4.결론

 

결론적으로 총회 소집 요구 시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는 정관 규정은 일률적으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특히 ‘조합 임원 해임 총회’관련하여서는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소집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정관 자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도시정비법에 반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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