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관계를 다투는 두 가지 소송, 무엇이 다를까

친자관계를 다투는 두 가지 소송, 무엇이 다를까

 

 

 TV 드라마를 보면 유전자(DNA) 검사 결과지가 등장하며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이 흔히 나옵니다. 등장인물들은 검사 결과만 확인하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행동하지만, 현실의 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생물학적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법적으로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의 판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흔히 “친자확인소송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합니다만, 법적으로는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소송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그것이 바로 ‘친생부인의 소’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입니다. 이름도 길고 복잡한 이 두 가지의 소송은 목적이 같아 보이지만, 적용되는 상황과 조건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둘을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은 바로 ‘친생추정’이라는 법적 장치에 있습니다.

 

 우리 민법 제844조 제1항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친생추정(親生推定)’이라고 부릅니다. 자녀가 태어날 때마다 곧바로 혈연관계를 의심하고 다투게 하면, 아이의 법적 지위가 매우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혼인 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법이 일단 “이 아이는 남편의 자녀가 맞다.”(친생추정)라는 강력한 보호막을 씌워주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친자관계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대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유전자검사 등으로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빠르게 가정의 평온을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신분을 안정시키기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민법 제844조에 따른 ‘친생추정’, 즉 혼인 중 출생한 자녀처럼 법률상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는 경우에는, 단순히 “유전자검사를 해보니 친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가족관계등록부를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먼저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법률상 친자로 보는 추정을 깨야 합니다. 이 소송은 제기할 수 있는 사람과 기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정한 기간(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제기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는 소송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부모와 자녀 관계가 실제와 맞는지, 또는 맞지 않는지를 확인받는 소송입니다. 예를 들어 혼인 외 출생자가 다른 사람의 친생자로 잘못 신고된 경우, 다른 사람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된 경우, 실제 어머니가 아닌 사람이 어머니로 기재된 경우, 또는 애초에 친생추정이 문제 되지 않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적힌 친자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소송입니다.

 

 친생부인의 소’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 두 가지 소송을 구분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법이 이미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면, 즉 자녀에게 ‘친생추정’이라는 보호막이 씌워져 있다면, 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친생부인의 소’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친생추정의 보호막이 씌워져 있지 않다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진행을 검토하게 됩니다.

 

 같은 “친자가 아니다”라는 말이라도, 법적으로 어떤 소송을 해야 하는지는 달라질 수 있는데, 실무에서 중요한 점은 소송의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본격적인 판단을 받기도 전에 소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할 사건에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내면, 법원은 “이 방식으로 다툴 수 없다”고 보며 소를 각하시킵니다[대법원 2000. 8. XX. 선고 2000므XXX 판결 등 참조]. 반대로 친생추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건인데도 ‘친생부인의 소’로 접근하면 절차가 불필요하게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친자관계 소송은 단순히 유전자검사의 결과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출생 당시 부모의 혼인관계, 출생일, 이혼 여부, 별거 여부, 출생신고 경위,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 내용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친생부인의 소’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모두 진실한 친자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만, 하나(친생부인의 소)는 법이 인정한 친생추정을 깨기 위한 소송이고, 다른 하나(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친자관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소송입니다. 따라서 친자관계를 다투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내 사건이 어느 소송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친자관계 소송은 단순히 혈연의 진실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성, 가족관계, 상속관계, 부양의무, 정체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신분관계 소송입니다. 때문에 법은 생물학적 진실과 법적 안정성 사이에서 절차를 나누어 두고 있습니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와 친생부인의 소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형식 문제가 아니라, 권리구제의 출발점을 올바르게 잡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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