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단 구성과 하자소송

관리단 구성과 하자소송

 

건설 전문 곽경도 변호사

 


 하자소송의 출발점은 균열이 아니라 관리단이다


 신축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근린생활시설 등 집합건물에서 입주 직후 가장 자주 발생하는 분쟁 중 하나가 하자 문제다. 누수, 균열, 결로, 외벽 마감 불량, 주차장 하자, 설비 작동 문제 등은 개별 호실의 불편을 넘어 건물 전체의 가치와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입주자들은 자연스럽게 ‘시공사나 시행사를 상대로 하자소송을 제기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집합건물 하자소송에서 실제로 먼저 다투어지는 쟁점은 하자의 존재 자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즉, 법정에서 첫 번째 관문이 되는 것은 ‘누가 적법하게 소송을 제기했는가’라는 문제다.

 

 집합건물은 일반 건물과 다르다. 하나의 건물 안에 여러 구분소유자가 존재하고,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이 나뉘며, 공용부분의 관리와 권리행사는 개별 소유자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함)은 제23조에서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되는 관리단을 예정하고 있다.

 

 관리단은 별도의 창립 집회를 열어야 비로소 생기는 단체가 아니라, 구분소유관계가 성립하면 당연히 존재하는 단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리단이 당연히 성립한다’는 말이 곧바로 ‘아무 절차 없이 하자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무상 시행사나 시공사는 하자소송이 제기되면 본안에 들어가기 전 먼저 당사자적격이나 소송요건을 다투는 경우가 많다. 이를 흔히 본안전 항변이라고 한다.

 

 예컨대 관리단 대표자로 표시된 사람이 적법하게 관리인으로 선출되었는지, 관리단집회 소집통지가 적법했는지,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는지, 비법인 사단으로서 관리단이 구성원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하자소송 제기한 것인지, 구분소유자들로부터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적법하게 양수했는지 등이 문제 된다.

 

 하자가 아무리 명백하고 중대한 것이리고 하더라도, 이러한 절차적 기초가 부실하면 소송은 하자의 실체 판단에 이르기도 전에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신축 집합건물에서는 관리단 구성이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지거나, 시행사·분양대행사·초기 관리업체가 주도한 관리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입주 초기에는 구분소유자들이 서로를 알지 못하고, 임차인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호실도 많으며, 미분양 호실까지 남아 있어 의결권 산정이 복잡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하게 하자소송을 준비하다 보면 관리인 선출 절차, 위임장, 서면결의서, 채권양도서, 소 제기 추인 결의 등이 뒤섞이기 쉽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입주자들이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관리단의 소송수행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어떤 결의를 거쳐, 어떤 권리를 행사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공용부분 하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복도, 외벽, 옥상, 주차장, 기계실, 전기·소방·배관 설비와 같은 공용부분의 하자는 전체 구분소유자의 이해와 직결된다. 그런데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원칙적으로 각 구분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권리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관리단이 이를 행사하려면 구분소유자들로부터 권리를 양수하거나, 적법한 결의와 위임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결국 하자소송의 준비는 균열ㆍ누수 등 각종 하자 현황을 모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분소유자 명부, 등기부, 의결권 비율, 관리규약, 관리단집회 의사록, 서면결의서, 채권양도 및 통지자료까지 하나의 체계로 정리되어야 한다.

 

최근 실무에서 특히 중요한 쟁점은 미분양 호실을 보유한 분양자의 의결권 문제다. 분양자는 미분양 호실의 구분소유자로서 관리단의 구성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는 상대방이기도 하다.

 

 이처럼 분양자가 하자소송의 상대방인 경우, 분양자가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해 하자소송 제기 결의를 방해할 수 있다면 이는 명백한 이해상충에 해당하고, 따라서 분양자를 상대로 한 하자소송 제기 여부를 결의할 때에는 분양자가 보유한 미분양 호실의 의결권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지 신중히 따져야 한다. 
 

 민법 제74조는 ‘사단법인과 어느 사원과의 관계사항을 의결하는 경우에는 그 사원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은 집합건물의 관리단에도 유추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신축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처럼 초기 미분양 비율이 높은 건물에서 매우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논의이다.

 

 결국 집합건물 하자소송의 성패는 감정 결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론 하자의 존재, 보수방법, 보수비 산정은 본안의 핵심이 될 수 있으나, 그 본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관리단이 적법하게 대표되고 있는지, 관리인이 적법하게 선출되었는지, 소송 제기 결의와 권리양수 절차가 갖추어졌는지라는 절차적 문을 문제 없이 통과해야 한다.

 

 하자소송에서 적법한 관리단 집회의 개최 및 이를 통한 관리단 구성 및 관리인 선출 등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절차가 무너지면 하자의 실체는 심리되지 못하고, 절차가 단단하면 하자의 책임을 묻는 싸움도 비로소 본궤도에 오른다.

 

 신축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하자 문제에 대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공사에 항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적법한 관리단집회, 정확한 의결권 산정, 투명한 관리인 선출, 명확한 소송결의, 체계적인 채권양수 절차로서 자신들의 법적 대표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하자소송은 건물의 균열과 누수 등을 다투는 소송이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관리단의 법적 기초를 세우는 일이다. 집합건물에서 입주자의 권리구제는 하자로 인해 발생한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른 관리단의 완성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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