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바뀐 「건설감정실무」, 무엇이 달라졌나 [2016년판과 2026년 개정판 비교]

10년 만에 바뀐 「건설감정실무」, 무엇이 달라졌나 - 2016년판과 2026년 개정판 비교

 

가. 들어가며


건설분쟁에서 ‘감정’은 단순한 참고 절차가 아닙니다.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를 예로 들면, 하자인지 아닌지, 보수비가 얼마인지, 손해배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원 실무에서 활용되는 「건설감정실무」는 건설소송을 다루는 법조인들에게 단순한 참고자료를 넘어선 감정의 표준이자 소송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가이드라인의 하나로 여겨집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소송실무연구회는 2026년 2월, 2016년 개정 이후 10년 만에 『건설감정실무』 개정 작업을 완료하였는데, 건설전문 변호사로서 치열하게 법리 다툼과 기록 검토를 하면서, 또 감정의 현장을 직접 참여하고 겪어 본 실무가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2026년 개정판은 지난 10년의 세월을 어떻게 담아냈고 또 어떤 숙제를 남겼는지 짚어보았습니다.

 

나. 실무적 분쟁 요소의 명문화 및 쟁점의 디테일을 보완

 

돌이켜보면 2016년판의 가장 큰 공로는 건설감정 실무의 “뼈대”를 세웠다는 데 있었습니다. 2016년판은 하자 판단에서 준공도면, 즉 최종 설계도서를 중심 기준으로 삼되 예외적으로 법원의 지시에 따라 다른 도면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틀을 제시하였고, 당시로서는 감정의 자의성을 줄이고 재판 실무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됩니다.

 

반면 2026년판은 그 기본 틀을 크게 뒤집기보다, 지난 10년 동안 누적된 실무상 분쟁지점을 항목별로 더 세밀하게 정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보입니다. 다시 말해 2016년판이 구조를 세웠다면, 2026년판은 그 구조의 빈칸을 채우는 작업에 더 가깝다고 할 것입니다.

 

이번 개정판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무엇보다 하자 판단 기준의 외연을 보다 명시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입니다. 2026년판은 특별시방서, 자재시방서, 준공내역서 등이 어떤 경우 하자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완했고, 설계도면에 구체적 시공지시가 없더라도 공사시방서나 설계도서가 제조사 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면 제조사 시공지침이나 사용설명서도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였습니다. 

 

 

또한 이른바 “중대한 기능·성능·안전상 시공기준”에 관해서는 제조사 기준이 표준시방서보다 낮을 때 표준시방서를 우선 적용하도록 정리하였는데, 이는 실무상 빈번했던 “무엇을 기준으로 하자를 판단할 것인가”라는 선행 논점을 보다 전면에 끌어올린 개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개별 하자 항목의 정교화도 이번 개정의 중요한 진전중 하나입니다. 타일 하자에서는 뒤채움 부족의 비용 산정 방식이 보완되고 부착 강도 부족에 관한 내용이 추가되었으며, 미장·방수 영역에서는 액체 방수층 두께 기준 등이 보강되었고, 상도 미시공 하자는 주요 감정 기준 항목으로 편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방화문 성능 하자에 대해서는 여러 세트 시험이 이루어진 경우 하자율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관한 기준도 손질되었습니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인접지 공사 피해 유형에는 철거공사로 인한 진동·소음·분진까지도 반영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나아가 실무 환경 변화도 반영되었습니다. 전자소송이 일반화된 현실에 맞춰 감정서 작성 방식이 정비되었고, 현장조사와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 촬영 과정에서의 유의사항도 보완되었습니다. 이는 감정 결과의 신뢰성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2026년판은 “무엇이 하자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조사하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까지 보다 세부적으로 정리한 개정판이다. 특히 실무적으로 의미 있는 대목은, 이번 개정이 단지 하자 항목을 늘린 데 그치지 않고 보수비 산정과 감정절차의 논증 구조 자체를 정교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일위대가와 표준품셈의 기준 시점처럼 사건마다 이견이 있었던 쟁점들도 정리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는 감정 결과를 둘러싼 공방이 단순히 기술적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산정 시점과 단가 적용 방식이라는 손해액 산정의 핵심 문제로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건설소송에서 감정은 기술문서이면서 동시에 손해배상 산정의 기초자료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보완은 2026년판의 조용하지만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다.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보다는 '기존 틀의 재확인’

 

그러나 개정판의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건설감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바꾸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16년판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기존 실무와 판례의 입장을 '확인적으로 정리'한 성격이 강합니다.


예컨대 설계도서와 표준시방서의 적용 관계에 있어 "중대한 기능·성능·안전상 시공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표준시방서를 우선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를 명확히 하였지만 '어디까지가 중대한가?'에 대한 경계는 여전히 모호하며, 준공내역서나 제조사 시방서를 어느 범위까지 절대적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역시 일률적으로 정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문구는 보완되었지만, 실제 사건에서 그 문구를 어떻게 적용할지 여부에 대하여, 개별 사건에서 재판부의 해석과 감정인의 재량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는 남아있습니다.

 

 

라. 향후 소송 실무에 미치는 영향과 전문가의 역할



개정판은 분명히 예측 가능성을 높였고, 당사자와 대리인은 이제 감정인의 판단을 막연히 다투는 것이 아니라, 특별 시방서·자재시방서·준공내역서·표준시방서의 위계와 적용 가능성, 타일 부착 강도나 액체 방수 두께 같은 세부 기준, 방화문 하자율 산식, 전자소송에 맞는 감정서 작성 방식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쟁점이 더 세밀해진 만큼 대리인의 역량, 감정 촉탁 단계의 질문 설계, 감정 보완 신청의 정밀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준이 생겼다고 해서 공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떤 기준을 왜 적용해야 하는지를 더 정교하게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결국 2016년판과 2026년판의 차이는 “기준의 유무”가 아니라 “기준의 밀도”에 있습니다. 2016년판이 감정 실무의 기본 질서를 세운 판이었다면, 2026년판은 그 질서를 보다 촘촘하게 만들고 디지털 소송 환경에 맞게 손질한 판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촘촘함이 곧바로 일관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결국 하자 판단과 보수비 산정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회색 지대, 즉 감정인의 경험칙과 현장 판단에 의존하는 영역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개정판 역시도 그 회색 지대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고. 다만 적어도 그 회색 지대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서부터 통제해야 하는지, 그 논의의 출발점을 더 분명히 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마. 마치며


건설소송의 현실은 언제나 설계도서와 시공현장, 기술기준과 손해배상법리, 감정인의 전문성과 재판부의 통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복잡다기하게 움직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2026 건설감정실무』가 완결된 해답지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10년 만에 다시 세운 좌표에 가깝다고 보아야 합니다.

 

현장에서 계속 문제 되었던 부분이 더 또렷해졌고, 감정에 참여하고 감정 결과는 다투는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반박할 근거도 보다 선명해졌다는 점에서 저는 이번 2026년 개정을 반가운 변화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사건이 저절로 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개별적이고 다양한 각각의 사건에서 어떤 기준이 유리한지, 감정서의 내용 중 어느 부분을 탄핵하고 보완해야 하는지, 감정 조사시에 어느 지점에서 어떠한 이의제기를 해야 할 지 제대로 짚는 일입니다.

 

건설 분쟁 실무의 혼선을 줄여주는 새로운 이정표로서 「2026 건설감정실무」를 단순히 인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맞게 해석하고 활용할지 여부는 결국 저와 같은 실무가들에게 남은 숙제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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